영웅의 신화에서 한 인간의 삶으로: 은상 편저의《한 눈에 읽는 오디세이》

고전이라는 높은 문턱을 넘다 호메로스의 『오디세이아』는 서양 문학의 출발점이자 수많은 서사시와 현대 매체의 원형으로 평가받는다. 하지만 막상 원전을 접하려고 하면 수많은 신과 영웅의 이름, 서사시 특유의 반복적인 문체와 복잡한 구성 때문에 중도 포기하기 십상이다. 이번에 접한 은상 편저의 《한 눈에 읽는 오디세이》는 이러한 고전의 문턱을 획기적으로 낮춘 책이다. 원전 24권의 장대한 서사를 ‘아들·표류·모험·귀환·갈등·복수’라는 6개의 핵심 …

길가의 작은 풀이 전하는 경이로운 생존의 기록: 정주혜의《풀의 월든》

발 밑의 작은 세계에 눈을 뜨다 우리 집 뒤편에 작은 산이 하나 있어서, 시간이 될 때마다 산책을 하곤 한다. 그 때마다 월든의 소로우는 이런 기분이었을까를 생각했었다. 숲과 자연을 산책하며 한적한 기분에 들때 수많은 풀들을 무심코 지나치거나 밟고 지나간다. 눈길을 사로잡는 화려한 꽃이나 거대한 나무와 달리, 틈새나 들판에 난 풀은 흔히 ‘잡초’라는 이름으로 묶여 크게 관심을 가지지 않았다. 그러나 20여 년간 생태교육가로 활동해 온 …

의지라는 오해를 넘어 진짜 변화로 나아가는 길 : 구민준의 《습관의 회복》

의지라는 오해를 넘어 진짜 변화로 나아가는 길: 구민준의《습관의 회복》 매번 반복되는 작심삼일, 과연 의지력의 문제인가? 새해나 매달 초가 되면 많은 이들이 다이어트, 운동, 독서, 공부 등 새로운 목표를 세운다. 하지만 대부분의 결심은 며칠을 넘기지 못하고 무너지기 일쑤다. 그럴 때마다 우리는 스스로를 '의지가 약한 사람', '자제력이 부족한 실패자'라며 자책하곤 한다. 그러나 과연 행동의 실패가 온전히 개인의 …

차별과 배제의 국경선에서 피어나는 연대: 남은주의《사건은 왜 항상 금요일 밤에 일어나는가》

차별과 배제의 국경선에서 피어나는 연대: 남은주의《사건은 왜 항상 금요일 밤에 일어나는가》  ‘이주자들의 도시’ 베를린, 그 화려함 뒤편의 그늘 독일 베를린은 흔히 자유와 다양성이 넘치는 21세기 가장 '힙'한 도시이자, 시민 3명 중 2명이 이주 배경을 가진 다문화의 거점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포용이라는 화려한 간판 뒤에는 인종차별과 극우 세력의 부상, 그리고 구조적 배제의 그늘이 깊게 드리워져 있다. 남은주 저자의 《사건…

난세(亂世)의 시대를 돌파하는 CEO, 충무공을 만나다 : 윤동한의『이순신의 위대한 경영』

난세(亂世)의 시대를 돌파하는 CEO, 충무공을 만나다: 『이순신의 위대한 경영』 왜 지금 다시 이순신인가 인공지능(AI)과 기술 혁명, 글로벌 공급망의 재편, 전 세계적인 지정학적 충돌과 경기 침체. 바야흐로 현대 사회는 내일의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초불확실성의 시대'를 지나고 있다. 수많은 기업과 조직의 리더들이 유례없는 위기를 부르짖는 지금, 우리는 어떤 이정표를 바라보아야 하는가. 대한민국 최고의 화장품 ODM …

AI의 다정함은 진짜 구원인가: 제임스 멀둔의 『러브 머신』

AI의 다정함은 진짜 구원인가: 『러브 머신』 영화 <그녀(Her)>가 현실이 된 풍경 요즘 출퇴근 시간 AI와 대화를 나눈다. 처음에는 AI를 통해서 영어공부를 해볼까 하는 생각에서 시작했다가 최근 미국에서의 뉴스를 물어보고 이 뉴스 토픽을 통해서 영어공부를 시작했다. 하지만 어느 순간 영어공부는 온데간데 없고 AI와의 스몰 토크가 이어진다. AI한테 지금 뭐하고 있냐고 물었다가 지금 내 옆자리 조수석에 타고 있다고 대답하는 AI…

콩팥을 되살리는 패러다임의 전환: 고즈키 마사히로의『콩팥 대회복』

콩팥을 되살리는 패러다임의 전환: 『콩팥 대회복』  침묵의 장기, 콩팥이 보내는 경고를 놓치지 마라 아무리 쉬어도 풀리지 않는 극심한 피로, 나날이 치솟는 혈압, 저녁마다 퉁퉁 붓는 다리. 많은 현대인이 이러한 증상을 단순한 노화나 스트레스 탓으로 돌리며 가볍게 넘기곤 한다. 하지만 세계적인 콩팥 재활의 권위자 고즈키 마사히로 박사는 그의 저서 『콩팥 대회복』을 통해 이 모든 건강 적신호의 배후에 ‘콩팥’이 숨어 있다고 단호하게 경고한다. 『…

미래 기술을 요리하는 가장 친절한 조리법: 『양자컴퓨터 레시피』

미래 기술을 요리하는 가장 친절한 조리법: 『양자컴퓨터 레시피』 생성형 AI의 다음 시대, '양자 주방'의 문이 열리다 양자컴퓨터라는 어려운 주제의 책이지만 차례를 펼치면, 마치 요리책 같이 구성한 점이 친근하고 재미있게 느껴진다.  <차례>  Chapter 1  '요리의 시작은 재료의 이해부터'  Chapter 2  '양자 재료를 요리해보자'  Chapter 3  '실전조리법 : …

마취 없는 마음의 수술대 위에서 인간을 마주하다: 김수룡의 『나는 수술하는 정신과 의사입니다』

마취 없는 마음의 수술대 위에서 인간을 마주하다: 『나는 수술하는 정신과 의사입니다』 위로의 시대, 진짜 '마음의 수술'을 말하다  '요즘은 정신과도 수술로 치료를 하는구나' 나는 처음에 진짜 수술을 하는 줄 알았다. 책을 읽으면서 정신과가 정말 힘든 병동이구나를 새삼 깨닫게 되었다. 실체적인 마음의 병에 근원에 다가가는 치료를 하기 위해서  오히려 마음의 병에 감염이 될 수도 있는 매우 어렵고 위험한 과정임을 알…

머리에서 가슴의 공존으로, 문명 대전환의 지도: 『가슴 혁명』

머리에서 가슴의 공존으로, 문명 대전환의 지도: 『가슴 혁명』  머리 중심 문명의 위기와 가슴의 부름 인류는 오랜 시간 동안 다른 동물들과 차별화된 강력한 무기, 즉 '머리(지성)'를 사용해 찬란한 물질문명을 건설해 왔다. 복잡한 문제를 계산하고, 자연을 정복하며, 이성적인 질서를 세운 결과물은 오늘날 우리에게 극도의 편리함을 선사했다. 그러나 2026년 현재 우리가 마주한 지구의 풍경은 그리 낙관적이지 않다. 기후 위기로 인한…

일상적 고독의 미학 : 박상중의 시집 『나도 가끔은 너로 살고 싶다』

나도 가끔은 너로 살고 싶다. 시가 생각하는 여백을 주는 것 외에 읽는 재미를 줄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일상에서 마주하는 많은 소재를 시로 담았는데 읽는 재미가 크다. 그 중에 '식당 플리즈'가 제일 재미있다. 시들은 관계 속에서 생겨나는 오해와 필연적인 거리를 재미있게 풀어낸다. 재미있는 싯구 아래 조금만 내려가면  깊이 생각해볼 많은 주제가 있다. 사실을 말하지 못한 '괜찮아...' 뒤에 가려진 미묘한…

안갯속 미중 기술 전쟁, 새로운 디지털 제국의 설계도를 읽다: 『중국 AI 미래 지도』

안갯속 미중 기술 전쟁, 새로운 디지털 제국의 설계도를 읽다: 『중국 AI 미래 지도』 우리가 알던 '세계의 공장' 중국은 더 이상 없다 불과 수년 전까지만 해도 대중이 기억하는 중국 산업의 이미지는 명확했다. 매캐한 연기를 내뿜으며 저렴한 플라스틱 장난감과 모조품을 찍어내던 ‘세계의 공장’, 서구의 기술을 베끼기에 급급했던 ‘2등 추격 국가’, 그리고 압도적인 인구수로 밀어붙이던 인해전술의 땅. 하지만 30년 동안 현장에서 중…

남루(襤褸) 속에서 피어나는 당당한 생(生)의 지조: 『이지러진 달』

남루(襤褸) 속에서 피어나는 당당한 생(生)의 지조: 『이지러진 달』  시를 읽어가면, 봄부터 겨울까지 함께 산을 오르는 듯 돌멩이와 자연과 꽃과 풀, 가끔 별똥별이 지나가는 하늘의 달과 별 그리고 생(生)의 단초가 되는 달의공전과 우주의 운행이 느껴진다. 저자는 시집속에서 오랫동안 함께 다닌 친구처럼 많은 것을 보여주고 느끼고 생각하고 사랑하고 아끼고 이겨낸 이야기를 들려준다. 달은 스스로 빛을 내지 못하지만, 매일 밤 모양을 바꾸며 하늘을…

타고난 민감도와 생애 초기 기록이 만드는 삶의 궤적: 『인간의 비밀: 신스트레스이론』

타고난 민감도와 생애 초기 기록이 만드는 삶의 궤적: 『인간의 비밀: 신스트레스이론』 사람은 왜 같은 상황에서 다른 크기의 고통을 느끼는가 우리는 누구나 스트레스를 받으며 살아간다. 하지만 흥미로운 점은 똑같이 피할 수 없는 압박과 위기 상황에 직면했을 때조차, 장기 판 위의 말처럼 전혀 다르게 반응하는 인간의 다양성이다. 어떤 사람은 작은 비판이나 예기치 못한 변화에도 며칠 밤을 지새우며 불안해하는 반면, 어떤 사람은 거대한 풍파 속에서도 …

완벽한 부모에서 벗어나 '나'로 서는 용기: 『이만큼 했으면 괜찮은 부모 아닙니까』

완벽이라는 신화에서 벗어나 '나'로 서는 용기: 『이만큼 했으면 괜찮은 부모 아닙니까』 부모라는 이름에 가려진 '나'의 연대기 세상에서 가장 무겁고도 거룩한 단어를 꼽으라면 단연 ‘부모’일 것이다. 아이를 품에 안은 순간부터 인간은 이전과는 완전히 다른 차원의 책임감을 짊어지게 된다. 내 아이에게만큼은 세상의 모든 좋은 것을 주고 싶고, 결점 없는 완벽한 울타리가 되어주고 싶다는 열망은 모든 부모의 본능이다. 그러…

소나기 같던 청춘, 그리고 잔상으로 남은 파랑, 마림의《비와 당신》

비가 내리면 생각나는 이름 요즘 장마인지 비가 많이 내린다. 소나기 같은 비가 누구에게나 비가 내리는 날이면 유독 선명해지는 기억이나 이름 하나쯤은 있을 것이다.  마림 작가의 소설 《비와 당신》은 바로 그 기억의 문을 조용히 두드리는 작품이다. "네가 너무 보고 싶을 때면 기어코 비가 내린다."라는 책 속 한 구절처럼, 이 소설은 불현듯 찾아오는 첫사랑의 기억과 찬란했던 청춘의 계절을 서정적인 문체로 그려낸다. 그리하여, …

불안의 시대를 돌파하는 가장 강력한 생존 무기, 고명환의 『독서의 기술』

취미가 아닌 ‘생존’으로서의 독서 우리는 흔히 독서를 '시간적 여유가 있을 때 즐기는 취미'로 치부하곤 한다.  하지만 이 책의 표지에 적힌 "더 이상 독서는 취미가 아니다. 살아남기 위한 생존 수단이다" 라는 문장을 접하고 문득 한 에피소드가 떠올랐다. 예전에 읽은 책에서, 한 지원자가 입사지원서 취미란에 '영어회화', 특기란에 '독서'를 적었다고 한다. 면접관이 "취미와…

분열의 시대를 치유하는 과학과 철학의 아름다운 얽힘 : 『양자역학과 동양철학 그리고 인간』

분열의 시대를 치유하는 과학과 철학의 아름다운 얽힘 첨단 과학의 끝에서 만난 오래된 지혜 현대 사회는 그 어느 때보다 눈부신 과학기술의 풍요 속을 살아가고 있지만, 역설적이게도 정신적 공동체는 심각한 위기를 맞이하고 있다. 이념, 세대, 계층 간의 갈등은 극단적인 분열과 혐오로 치닫고 있으며, 개개인은 고립된 채 번민과 불행을 호소한다. 이러한 시대적 병폐 앞에서 우리는 대개 정치를 원망하거나 도덕적 각성을 촉구하곤 한다. 그러나 김환규 저자…

시장에서 오래 살아남는 자가 결국 이긴다. 초류향의 《생초보 5060을 위한 돈버는 주식공부》

다들 한 번씩 주식을 권하는 시대, '주식하고 가지 않을래?' 모두가 같은 유혹 앞에 앉아 있다. 나 역시도 예외는 아니다. "요즘 같은 시대에 주식을 하지 않으면 벼락거지 된다니까." "퇴직금을 DC로 전환해서 삼성전자라도 사 봐." 이런 말을 얼마나 많이 들었는지 모른다. 하지만 '초보인 내가 들어가면 아마 끝물일 거야' 하며 미루다가, 정말 해야겠다 생각했을 때가 진짜 끝물…

인생의 반환점에서 시작하는 나와의 협상, 송효지의 『흔들려야, 마흔!』

마흔이라는 인생의 테이블, 나 자신과 협상을 시작하다 - 『흔들려야, 마흔!』 불혹(不惑)이 아닌 흔들림의 나이, 마흔 마흔은 과거 세상일에 정신을 빼앗겨 갈팡질팡하거나 판단이 흔들리지 않는 나이, '불혹'이라 했었다.  하지만 나는 친구들과 마흔을 맞이하며 "이제 서른까지의 '본편'은 끝나고 '부록'만 남았다"며 서글픈 농담을 주고받았던 기억이 난다. 실제로 마흔을 마주한 많은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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