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별과 배제의 국경선에서 피어나는 연대: 남은주의《사건은 왜 항상 금요일 밤에 일어나는가》
‘이주자들의 도시’ 베를린, 그 화려함 뒤편의 그늘
독일 베를린은 흔히 자유와 다양성이 넘치는 21세기 가장 '힙'한 도시이자, 시민 3명 중 2명이 이주 배경을 가진 다문화의 거점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포용이라는 화려한 간판 뒤에는 인종차별과 극우 세력의 부상, 그리고 구조적 배제의 그늘이 깊게 드리워져 있다.
남은주 저자의 《사건은 왜 항상 금요일 밤에 일어나는가》는 18년간의 일간지 기자 생활을 정리하고 나이 오십에 베를린으로 이주해 사회복지사가 된 저자가 난민 공동숙소 현장에서 직접 목격하고 겪어낸 생생한 기록이다. 중년의 아시안 여성 이주자이자 미성년 딸을 둔 엄마, 그리고 풋내기 사회복지사로서 저자가 베풀고 전달받은 ‘돌봄과 연대’의 이야기는 차별과 혐오가 범람하는 오늘날 한국 사회에도 던지는 메시지가 적지 않다.
다니는 직장을 그만두고 무려 독일에 까지 유학을 갔을까 처음에는 그 동기가 궁금했었다. 책에서 그 이유를 따라가며, 독일사회의 이주민과 이주 정책의 현실을 하나씩 알게 되었다.
시스템이 멈추는 금요일 밤, 약자들이 건네는 온기
이 책은 단순한 이주 견문록이나 온정주의적 에세이를 넘어선다. 저자는 차별과 배제의 메커니즘을 예리한 기자의 눈으로 포착하는 동시에, 사회복지사의 따뜻한 시선으로 피난자들의 존엄을 담아낸다.
독일 사회가 표방하는 통합의 민낯
이주 배경 아이들의 적응을 돕는다는 '환영반' 제도는 실상 제대로 된 수업조차 제공하지 않은 채 아이들을 분리하는 배제의 교실이었다. 또한 극우 정당의 득세와 함께 관심은 성소수자 문제에 매몰되고 이주민 차별이 일상화 되었으며, 관청과 이주청마저 가난하고 힘없는 이주자들을 색출하고 압박하는 공간으로 변해가는 현실을 생생하게 고발한다.
‘금요일 밤’의 절박함
공공 시스템과 행정기관이 문을 닫는 금요일 밤이 되면, 위기에 몰린 피난자들은 마지막 마지노선으로 공동숙소의 사회복지사를 찾아온다. 세탁 세제를 삼킨 아기, 거주권을 위협받는 이주 여성 등 관료주의의 연쇄 속에서 하루하루를 불투명하게 살아가는 피난자들의 현실은 가장 취약한 순간인 '금요일 밤'에 또렷하게 드러난다.
절망 속에서도 빛나는 이주자들의 자발적 연대와 환대
저자는 언어도, 출신 국가도 다른 피난자들이 번역기와 손짓을 동원해 소통하고, 각자의 모국의 향신료가 섞인 고향 음식을 서로에게 듬뿍 얹어주며 자존감을 되찾는 순간들을 포착한다. 국가와 제도가 보장해 주지 않는 돌봄을 서로에게 베푸는 이 환대의 행위야말로, 각자도생과 혐오가 판치는 세계에 맞서는 가장 강력한 저항이 된다.
각자도생의 시대를 뛰어넘는 연결의 용기
《사건은 왜 항상 금요일 밤에 일어나는가》는 먼 유럽 베를린의 이야기인 동시에, 이미 다문화 사회로 접어든 한국 사회가 반드시 읽어야 할 정직한 보고서다. 저자는 수많은 차별과 위험 앞에서도 "약하다는 것은 약점이 아니라 이해하고 연결될 수 있는 가능성"임을 증명해 보인다.
자신의 삶터에서 쫓겨나 주변부 인간으로 밀려난 이들이 건네는 음식 한 접시, 서툰 번역기로 주고받는 진심은 우리가 타인을 향해 어떤 마음의 곁을 내어주어야 하는지 깨닫게 한다. 혐오와 각자도생의 논리가 더욱 거세지는 요즘, 이 책은 타인의 아픔에 기꺼이 응답하고 서로 손을 잡는 '연대의 용기'를 우리 가슴속에 일깨워 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