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나기 같던 청춘, 그리고 잔상으로 남은 파랑, 마림의《비와 당신》

비와당신 책표지

비와당신 책내용



비가 내리면 생각나는 이름

요즘 장마인지 비가 많이 내린다. 소나기 같은 비가
누구에게나 비가 내리는 날이면 유독 선명해지는 기억이나 이름 하나쯤은 있을 것이다. 

마림 작가의 소설 《비와 당신》은 바로 그 기억의 문을 조용히 두드리는 작품이다.
"네가 너무 보고 싶을 때면 기어코 비가 내린다."라는 책 속 한 구절처럼, 이 소설은 불현듯 찾아오는 첫사랑의 기억과 찬란했던 청춘의 계절을 서정적인 문체로 그려낸다.

그리하여, 오래전 잊고 지내던 마음속의 파랑과 마주하게 한다.


10년의 파랑이, 10초처럼 스쳤다

이야기는 친구의 친구로 만나 서로의 세상 중심이 되었던 학창 시절의 순수한 설렘에서 시작된다. 공기마저 옅은 파랑으로 흔들리던 시절, 두 사람은 가장 뜨겁고 찬란한 여름을 함께 통과한다. 하지만 서툴렀던 감정들은 조금씩 엇갈리고, 결국 서로 다른 시간을 살아가게 된다.

그리고 10년 후, 두 사람은 우연처럼 재회한다.


10년의 파랑이, 10초처럼 스쳤다. ... 다만 한 가지, 나를 슬프게 한 것은 그녀가 들고 온 '우산'이었다. 그날도 역시 비가 내렸다.


작가는 과거와 현재를 교차시키며, 잊었다고 믿었던 감정이 다시 움직이는 과정을 섬세하게 짚어간다.
눈 먼 사랑으로 오만했던 청춘의 쓰라림과 헤어짐, 그리고 마침내 이별을 완성해 가는 두 사람의 모습은 먹먹하고 짙은 여운을 남긴다.


3. 감상 및 평가: 소유가 아닌 축복으로 완성되는 사랑

어쩌면 오해로 시작된 어긋남인데, 이런 미묘함 때문에 첫사랑은 어렵다고 했나 보다.
비오는날 전해준 우산으로 시작된 사랑이 우산을 두고 돌아선 그녀로 끝이 난다.

이 소설이 단순히 지나간 첫사랑에 대한 미련이나 후회에 머물지 않는다는 점이 매력적이다.
10년이라는 세월을 거쳐 다시 만난 그들이 도달한 곳은 상대를 억지로 붙잡는 결말이 아니다.
오히려 서로의 행복을 진심으로 빌어줄 수 있는 성숙함이다.

가장 아름다운 사랑은 때로 곁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미소로 작별하는 일임을 작가는 비 내리는 풍경을 통해 잔잔하게 설득한다.
 
책을 읽고 있는 날 마침 비가 온다. 내 마음에도 비가 내린다.
첫 사랑에 서툴러 아파해 본 적이 있는 사람이라면, 비 내리는 날 더욱 진한 파랑을 느낄 수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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