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이라는 인생의 테이블, 나 자신과 협상을 시작하다
- 『흔들려야, 마흔!』불혹(不惑)이 아닌 흔들림의 나이, 마흔
마흔은 과거 세상일에 정신을 빼앗겨 갈팡질팡하거나 판단이 흔들리지 않는 나이, '불혹'이라 했었다.
하지만 나는 친구들과 마흔을 맞이하며 "이제 서른까지의 '본편'은 끝나고 '부록'만 남았다"며 서글픈 농담을 주고받았던 기억이 난다.
실제로 마흔을 마주한 많은 이들은 그 어느 때보다 심하게 흔들린다. 커리어에서 보직을 달고 느끼는 무게감, 관계의 변화, 신체적 노화가 한꺼번에 밀려오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나도 다소 늦은 육아와 막 올라선 보임자의 역할 때문에 정신없이 흔들렸던 시기가 아닌가 싶다.
12년간 비즈니스 협상의 최전선에서 활약해 온 송효지 저자는 이 책을 통해 흥미로운 고백을 건넨다. 수많은 거래를 성사시켰던 베테랑 협상가인 그녀 역시 삶의 민낯 앞에서는 끊임없이 흔들렸으며, 결국 "가장 어려운 협상은 나 자신과의 것이었다"는 깨달음을 얻었다고 이야기한다.
1. 사회생활과 협상 : '낀 세대'의 두려움을 마주하는 용기
저자는 조직 내에서 위아래로 치이는 '낀 세대'로서의 리더십 고민과 직장생활의 본질적인 딜레마를 솔직하게 털어놓는다. 완벽한 척 가면을 쓰는 대신, 오히려 자신의 취약함을 날것(real) 그대로 드러내는 '상처 입은 치유자(Wounded Healer)'의 태도가 왜 필요한지 역설한다. 사회생활 속에서 나를 지키며 타인과 상생하는 대화법과 말의 무게를 보여준다.2. 사랑과 협상 : 관계라는 복잡한 댄스(Dance)에서 균형 잡기
마흔의 관계는 젊은 날의 뜨거움과는 다르다. 저자는 인간관계를 서로 호흡을 맞춰야 하는 '댄스'에 비유하며, 마흔의 나이에 어울리는 성숙한 거리두기와 애착 유형을 탐구한다. 상대방과 무조건 같은 곳을 바라보는 것이 사랑이 아니라,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고 끊임없이 조율해 나가는 과정 자체가 '나와 타인 사이의 밀당(협상)'임을 부드럽게 일깨워 준다.저자는 같은 곳을 바라보는 사랑은 '고양이가 주인을 위해서 쥐를 잡아 가져다 주는 것'과 같다고 했는데 어떤 마음인지 알 것 같아 웃음이 난다.
3. 마흔, 인생과 협상중 : 삶의 항아리 비우기
저자는 건강의 변화, 즉 노화를 수용하고, 인생의 포트폴리오를 재정비하는 '항아리 비우기'의 지혜를 제안한다. 언제든 대안을 만들 수 있다는 유연성을 가질 때, 우리는 다가올 노화 앞에서도 주도권을 잃지 않는다.그래서 나는 글을 쓰기 시작했다.
내 안의 항아리를 조금씩 비워내기 위해서.
타인을 향한 날카로운 파편의 재료가 될 수 있는 감정의 쇳조각을 분해하기 위해서.
내 안의 감정은 누가 대신 쓸어내 줄 수 있는 게 아니라 스스로 청소하는 수밖에 없음을.
비워진 공간에야 기쁨과 감사가 자리할 수 있음을,
그리고 비로소 타인의 존재가 들어올 수 있음을.
마흔, 마음껏 흔들려도 괜찮다는 다정한 위로
이 책은 마흔이라는 무게감에 짓눌려 '절대 흔들려선 안 된다'고 스스로를 채찍질하던 이들에게 따뜻한 해방감을 선사한다.저자는 억지로 흔들림을 극복하라고 다그치지 않는다. 오히려 오십, 육십이 되어도 우리는 계속 흔들릴 것이기에, 인생의 반환점인 마흔에 '이쪽저쪽으로 마음껏 흔들려 보아야' 비로소 나만의 균형 감각을 찾을 수 있다고 응원한다.
여전히 내면에 사춘기 소년·소녀를 품고 흔들리는 모든 마흔 즈음의 청춘들이 읽어 보면 좋을 것 같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