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그러진 욕망의 교실, 우리는 왜 괴물이 되는가
'성공' 이라는 '괴물'을 길러내는 학교
요즘 우리 사회에서 학교는 더 이상 순수한 배움의 공간이 아니게 되었다.
자사고와 특목고 진학률이 곧 학교의 계급이 되는 현실 속에서, 교실은 학생들이 가장 먼저 마주하는 잔인한 생존 게임의 무대다.
설재인 작가의 소설 『진실과 보늬』는 이 지독한 입시 경쟁과 그로 인해 일그러진 아이들의 내면을 정면으로 응시하는 작품이다.
자사고와 특목고 진학률이 곧 학교의 계급이 되는 현실 속에서, 교실은 학생들이 가장 먼저 마주하는 잔인한 생존 게임의 무대다.
설재인 작가의 소설 『진실과 보늬』는 이 지독한 입시 경쟁과 그로 인해 일그러진 아이들의 내면을 정면으로 응시하는 작품이다.
교사 이력을 지닌 작가는 실제 교육 현장에서 목격한 생생한 언어와 미묘한 권력 관계를 바탕으로, 지금 이 순간 우리 아이들이 마주한 서늘한 현실을 만화경처럼 펼쳐 보인다.
정말 요즘 학교는 이럴까?
공부만 열심히 하면 안되는 걸까?
입시를 위해서 이렇게까지 서사를 쌓아야 하는 걸까?
'제발 진실이 아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이야기를 읽어 간다.
본론: 권력의 달콤함과 마비된 양심, 그리고 제물이 된 아이들
뒤바뀐 계급과 '이무기'라는 기묘한 권력 구조
소설은 자사고 진학률 전국 최고를 자랑하는 제일여중 3학년 박유리의 투신 사건으로 시작된다.
학교 폭력 가해자로 지목된 박유리가 옥상에서 뛰어내린 이튿날, 평소 그녀에게 잔혹한 괴롭힘을 당했던 피해자 민서정이 교실 내 권력의 중심인 자칭 '이무기' 무리의 우두머리로 올라서는 기이한 풍경이 펼쳐진다.
따돌림을 당하던 주인공 '보늬'는 자신과 같은 처지라고 믿었던 민서정의 갑작스러운 신분 상승에 배신감과 질투를 느낀다. 보늬는 이무기들의 뒤를 쫓다 강당 밑 비밀스러운 공간에서 박유리 대신 자신을 '제물'로 삼았어야 했다는 충격적인 모의를 듣게 된다. 이 '제물'이라는 단어는 소설 전체를 관통하는 핵심 메타포로, 입시 성공이라는 거대한 프로젝트를 위해 누군가를 철저히 짓밟고 희생시켜야만 하는 비정상적인 구조를 상징한다.
학교 폭력 가해자로 지목된 박유리가 옥상에서 뛰어내린 이튿날, 평소 그녀에게 잔혹한 괴롭힘을 당했던 피해자 민서정이 교실 내 권력의 중심인 자칭 '이무기' 무리의 우두머리로 올라서는 기이한 풍경이 펼쳐진다.
따돌림을 당하던 주인공 '보늬'는 자신과 같은 처지라고 믿었던 민서정의 갑작스러운 신분 상승에 배신감과 질투를 느낀다. 보늬는 이무기들의 뒤를 쫓다 강당 밑 비밀스러운 공간에서 박유리 대신 자신을 '제물'로 삼았어야 했다는 충격적인 모의를 듣게 된다. 이 '제물'이라는 단어는 소설 전체를 관통하는 핵심 메타포로, 입시 성공이라는 거대한 프로젝트를 위해 누군가를 철저히 짓밟고 희생시켜야만 하는 비정상적인 구조를 상징한다.
소외감을 지우는 달콤한 권력, 그리고 방관자가 된 보늬
흥미로운 전환점은 이무기 무리가 별안간 보늬에게 다가와 절친처럼 굴기 시작하면서 발생한다. 평생을 아웃사이더로 살며 우정에 목말라 있던 보늬에게 찾아온 '권력의 힘'은 거부할 수 없을 만큼 달콤했다. 늘 교실 창문 뒤에서 자신을 비웃던 아이들이 이제는 자신을 두려운 눈빛으로 바라볼 때 보늬는 짜릿한 해방감을 느낀다.
여기서 작가는 보늬를 마냥 순진한 피해자로만 그려내지 않았다.
보늬는 자신이 다음 제물이 될지도 모른다는 의구심을 느끼면서도, 무리가 주는 소속감에 취해 눈을 감아버린다. 타인의 고통을 방관하며 얻는 안락함에 양심이 마비되어 가는 보늬의 모습은, 우리 시대의 평범한 방관자들이 어떻게 가해의 사슬에 엮이게 되는지를 알려준다.
나는 제물이야. 제물이 뭔지는 아직도 잘 모르겠지만, 아마 이게 평생 갈 진짜일 수는 없어. 언젠가는 무너지고 말 거야. 그러니 정신을 차려야 해. 이무기들의 작당에 완전히 넘어가서는 안 돼. 이 우정의 투명하지 않아.
여기서 작가는 보늬를 마냥 순진한 피해자로만 그려내지 않았다.
보늬는 자신이 다음 제물이 될지도 모른다는 의구심을 느끼면서도, 무리가 주는 소속감에 취해 눈을 감아버린다. 타인의 고통을 방관하며 얻는 안락함에 양심이 마비되어 가는 보늬의 모습은, 우리 시대의 평범한 방관자들이 어떻게 가해의 사슬에 엮이게 되는지를 알려준다.
뒤틀린 입시 전쟁의 진짜 배후
보늬가 진실에 다가갈수록 학교라는 공간 이면에 숨겨진 추악한 진실이 드러난다. 아이들을 손아귀에 쥐고 흔드는 의문의 존재 '여쌤'과 자녀의 성공을 위해서라면 타인의 삶을 파괴하는것 쯤은 아무렇지 않게 여기는 학부모들의 욕망이 바로 그것이다.
학교 폭력과 따돌림은 아이들의 우발적인 미움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었다. 철저하게 성적을 위해, 그리고 특목고 입시라는 판 짜기 속에서 기획된 생존 게임이었다.
학교 폭력과 따돌림은 아이들의 우발적인 미움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었다. 철저하게 성적을 위해, 그리고 특목고 입시라는 판 짜기 속에서 기획된 생존 게임이었다.
작가는 아이들의 폭력성을 비난하는 데 그치지 않고, 그 폭력을 잉태하고 길러낸 우리 사회의 가혹한 경쟁 논리와 어른들의 뒤틀린 민낯을 집요하게 추적하며 일침을 가한다.
결국 『진실과 보늬』는 자극적인 학원 미스터리의 형식을 빌려와 우리 교육 현실의 가장 아픈 구석을 찌르는 사회 고발 소설이다.
파멸의 연쇄를 끊어내기 위한 '진실'과의 조우
결국 『진실과 보늬』는 자극적인 학원 미스터리의 형식을 빌려와 우리 교육 현실의 가장 아픈 구석을 찌르는 사회 고발 소설이다.
시험 기간 화장실에서 충격적인 장면과 마주하며 파국으로 치닫는 서사는, 독자에게 "과연 나라면 그 순간 어떤 선택을 했을 것인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어찌되었든 보늬처럼 하지는 못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정에 목말라 이무기의 판으로 걸어 들어갔던 보늬는 오늘날 불안과 경쟁 속에서 홀로 흔들리는 수많은 청소년들의 자화상이기도 하다.
우정에 목말라 이무기의 판으로 걸어 들어갔던 보늬는 오늘날 불안과 경쟁 속에서 홀로 흔들리는 수많은 청소년들의 자화상이기도 하다.
타인을 이겨야만 내가 살 수 있다는 논리가 지배하는 세상에서, 소설은 침묵을 깨고 불편한 진실을 응시하는 것만이 파멸의 연쇄를 끊어낼 유일한 시작점임을 말해준다.
우리가 마주해야 할 교실의 민낯을 담은 이 책은, 입시 성공이 곧 인간의 가치가 되어버린 이 비정한 시대를 살아가는 청소년들과 어른들 모두에게 어떻게 하면 이런 악순환을 끊을 수 있을까 생각하게 만드는 소설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