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의 눈을 빌려 비춘 인간 세상의 거울, 『고양이가 알려주는 세상』

고양이가 알려주는 세상 책표지

고양이가 알려주는 세상 책내용


1. 왜 우리는 고양이에게 삶을 묻는가

길거리의 쓸모없고 기괴한 사물들에 주목하며 '초예술 토머슨'과 '노상관찰학'을 제창했던 일본의 전위예술가 '아카세가와 겐페이'가 이번에는 고양이와 함께 돌아왔다. 고양이가 알려주는 세상은 단순히 고양이의 귀여움을 찬양하는 흔한 집사 에세이가 아니다. 평생을 독특한 시선으로 세상을 관찰해 온 노학자가 고양이의 생태와 일본의 고양이 속담을 현미경 삼아, 그 뒤에 숨은 인간의 얄미우면서도 안쓰러운 속내를 적나라하게 해부하는 유쾌한 풍자극이다. 

일본의 고양이도 귀엽고, 엉뚱하고, 시크하다. 우리나라 고양이랑 나란히 있으면 서로 대화가 통할까 궁금하다. 책을 읽는 동안 일본은 정말 고양이의 나라가 아닐까 생각된다.
속담도 많고 어휘도 많은 것 같다. '네코바바'가 제일 재미있는 표현인 것 같다.

생선을 굽는데 냅다 물고 달아나는 고양이가 생생하게 그려진다.

2. 속담과 '묘생 상담'으로 보는 인간상

이 책은 크게 일본의 고양이 속담 14가지를 다룬 1부와, 집사들의 엉뚱한 고민을 해결해 주는 '묘생 상담' 2부로 나뉜다. 저자는 책 전반을 통해 인간이 얼마나 이기적으로 고양이를 이용하고 있는지 꼬집는다.

  • 고양이 속담에 투영된 인간의 변명: 바쁠 때는 "고양이 손이라도 빌리고 싶다"며 아쉬워하고, 나쁜 짓을 하고 시치미를 뗄 때는 "고양이도 주운 물건을 제 것처럼 삼는다(네코바바)"라며 고양이 핑계를 댄다. 저자는 온통 부정적이고 치사한 상황에만 고양이를 끌어들이는 인간의 속성을 위트 있게 비판한다.

  • "제발 그냥 내버려 두시오"의 철학: 2부의 묘생 상담에서 저자가 일관되게 던지는 메시지는 명쾌하다. 자꾸만 고양이를 교정하고, 훈련시키고, 인간의 틀에 맞추려 하지 말고 "그 자체로 충분하니 그냥 내버려 두라"는 것이다. 이는 고양이를 향한 조언인 동시에, 타인의 다름을 인정하지 못하는 인간 사회를 향한 일침이기도 하다.

3. 묘생은 부딪치는 것

"인간은 다른 동물보다 머리가 좋다는 장점이 있지만, 그 머리를 너무 믿는다는 점이 단점입니다. (...) 무슨 일이든 머리로만 생각해서는 안 됩니다. 역시 몸으로 직접 부딪치며 경험해야지, 안 그러면 아무리 해도 깨닫지 못한다고 봅니다." 

집사들의 고민에 "차라리 고양이 열몇 마리를 키워보라"고 권하는 대목에서 나오는 이 구절은 저자의 예술관과 인생관을 관통한다. 인간은 늘 머리로 계산하고 정답을 내리려 하지만, 고양이는 온몸으로 부딪히며 순간을 살아낸다. 태풍같은 자연재해 앞에서도 흔들림 없는 편안함으로 자는 척하는 프로 고양이들의 유연한 태도야말로 복잡한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인간에게 필요한 지혜일지도 모른다.

4. 무심하고 시크한 고양이의 시선

고양이가 알려주는 세상은 저자가 직접 찍은 사진과 위트 있는 일러스트가 더해져 가볍고 재미있게 읽히지만, 책을 덮고 나면 묘한 깊은 여운이 남는다. 고양이는 인간이 자신을 폄하하든 말든 늘 의연하고 고고하다. 결국 고양이 책을 읽는다는 것은 인간인 나 자신을 읽는 행위와 같다.

반려묘를 키우며 고양이의 알 수 없는 행동에 애태우는 집사들에게는 깊은 위로와 함께, 내려놓음의 미학을, 팍팍한 인간관계와 세상살이에 지친 이들에게는 한 걸음 물러서서 세상을 관조할 수 있는 예술가적 시선을 선물하는 책이다. 고양이처럼 신중하고, 때로는 모르는 척 능청스럽게 삶을 살아갈 용기를 얻고 싶은 분들은 꼭 읽어 보시길 바란다.  집사라면 패스하기 없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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