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들어가며: 코스피 1만 전망 시대의 역설
바야흐로 '투자하지 않으면 바보가 되는 시대'다. 글로벌 IB와 증권사들이 코스피 목표치를 최고 10,000포인트까지 상향 조정하고, 사상 최초로 양 시장 합산 시가총액이 7천조 원을 돌파했다는 뉴스가 연일 도배된다. 하지만 그 화려한 축제의 이면을 들여다보면 잔인할 정도로 극심한 차별화가 진행 중이다. 시장 전체가 상승하는 듯해도 실제로는 큰 몇몇 종목이 지수를 올리고 10종목 중 7종목이 하락하는 기이한 시장, 이것이 지금의 현실이다.
여의도 자본시장의 최전선에서 수조원의 자산을 운용해 온 금융 전문가 김상훈 저자의《잃지 않는 투자》는 바로 이 지점에서 시작한다. 저자는 모두가 '얼마나 더 벌 수 있을까'를 탐닉할 때, 가장 본질적이고도 뼈아픈 질문을 던진다. "당신은 어떻게 잃지 않을 것인가?"
2. 금융의 민낯: 우리가 믿었던 '안전한 고수익'의 함정
이 책이 가진 가장 큰 미덕은 시중의 흔한 재테크 서적들처럼 '대박 수익률을 내는 기술'을 이야기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오히려 투자자들이 예기치 못한 손실을 입는 이유가 무모해서가 아니라, 금융기관이 설계한 복잡한 상품 구조 속의 위험을 제대로 점검할 기회가 없었기 때문이라고 이야기 한다.
책에서 소개된 옵티머스자산운용의 사례나 PS파인 사건은 예전에 뉴스로 접했던 내용들이 하나 둘 계속 떠올랐다. 그 당시에도 저런 말도 안되는 상품을 가입하면서 잘 따져 보지도 않고, 많은 돈을 맡겼을까 하는 생각을 했었다.
책에서 소개된 내용은 금융사기 였거나, 사기는 아니지만 수익 근거가 부족한 복잡한 구조의 상품을 금융기관이 불완전 판매하면서 수많은 피해자가 발생했었던 과거사례 이지만, 누군가는 또다시 '안전한 고수익 상품'을 원하고 금융기관은 수익구조가 부실한 상품을 설계해서 판매하고 피해자는 양산되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저자는 개인투자자들이 흔히 안전하다고 믿는 중위험·중수익 상품들의 실체를 과감하게 해부한다.
ELS(주가연계증권): 주가가 안 무너질 것에 기대를 거는 상품이 아니라, 본질적으로 주가 폭락 시 그 위험을 스스로 책임지겠다고 약속하는 일종의 '폭락 보험'을 파는 계약이다.
리스크에 비해서는 턱없이 작은 수익을 얻기 위해 ELS를 가입하는 순간, 보험 판매원이 되어 주가 하락 등 변동에서 오는 리스크를 모두 책임지도록 설계 되어 있다. 계약 기간 주가가 급락하는 등의 일이 없기를 기도(Pray)하는 수 밖에 없다.해외 부동산 펀드 및 채권: 독일 상업용 부동산, 호주 장애인부동산펀드, 브라질채권 등의 사례를 통해 '선진국', '안정형'이라는 화려한 포장지 뒤에 숨은 비대칭적 위험과 보이지 않는 비용을 추적한다.
투자상품의 포장지, 즉 투자설명성를 읽었을 때 이해가 가지 않으면 투자를 하지 않는 것이 맞습니다. 모르면 피해야 합니다.
결국 금융기관의 본질은 주주의 이익과 수수료 수익 추구에 있음을 직시해야 한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전문가의 화려한 언변이나 친근한 광고 모델에 현혹되어 약관의 작은 글씨를 무시하는 순간, 투자자는 수익을 얻는 것이 아니라 금융기관의 리스크는 떠안고 수수료는 꼬박꼬박 헌납하는 헌납자로 전락하게 된다.
3.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한 생존 매뉴얼
책의 후반부에는 화려한 유혹 앞에서 멈춰 서서 스스로 판단할 수 있는 힘을 기르기 위한 구체적인 전략을 제시한다.
최소 생존 규칙 : 투자 10대 원칙
1. 중요한 건 원금이다 : 원금을 지키자.2. 자산의 구조를 이해하라 : 이해가 가지 않으면 투자를 하지 않는 것이 맞다.
3. 고수익에는 반드시 대가가 있다 : '무위험 고수익', '높은 확정 수익'등의 단어는 의심하고 경계하자.
4. 유동성은 힘이다 : 비상시 현금화가 가능하도록 유동성을 항상 확인하자.
5. 스마트한 분산 : 자산군, 통화, 만기, 국가별 상관관계를 고려한 구조적 분산이 필요하다.
6. 투자기간과 목적을 일치시켜라 : 높은 위험을 상쇄하려면 장기적으로 투자해야 한다.
7. 리스크는 단순변동성이 아니다 : 수익은 어디에서 나오는가? 중간에 회수가 가능한가? 세금을 제하고 남는 수익은 얼마인가? 계약구조와 상대방의 재무상태, 제도가 진짜 리스크다.
8. 수수료는 복리로 손해를 만든다 : 높은 수수료는 피하자.
9. 거시환경이 모든 자산을 지배한다 : 최저점 진입, 최고점 매도 등 마켓타이밍은 의미가 없을 수 있다.
10. 감정보다 스스로 세운 원칙이 우선 : 손실에 대한 기준을 정하고 자신만의 규칙이 필요하다.
저자가 강조하는 핵심은 '시장에서 계속해서 판단할 수 있는 상태로 남아 있는 것', 즉 생존이다. 이를 위해 환율, 금리, 유동성이라는 투자 성과의 세 가지 축을 이해하고, 복잡한 구조형 상품의 대안으로 ETF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라고 조언한다. 부록으로 제공되는 DART(전자공시시스템)와 KRX 활용법은 개인투자자가 금융 시장의 구조적 약자에서 벗어나 스스로 무장할 수 있는 현실적인 가이드를 제공한다.
4. 'Buy & Pray'를 멈추고 주체적인 투자자로
투자 후 기도하고 있다면 그 투자는 이미 실패한 것 입니다.
결국 투자라는 운동장에서 승리하는 방법은 금융회사를 유능한 대리인으로 이용하는 데 있습니다. 날카로운 질문을 던지고 명확한 기준을 요구하는 투자자 앞에서, 금융회사는 투자자를 위해 제역할을 다하는 파트너가 될 수 있습니다.
《잃지 않는 투자》는 고수익은 원하지만 상품의 원리와 구조는 알지 못하고 투자하는 쉬운투자와 'Buy & Pray'를 멈추고, 자신만의 확고한 원칙을 가진 합리적인 투자자로 거듭나게 돕는 지침서이다. 이 책이 우리에게 가르쳐 주는 것은 단순하다. 시장의 소음에서 벗어나 상품의 원리와 구조를 확인하고 "모르면 피하는 것"이 내 소중한 자산을 지키는 가장 강력한 방패라는 사실이다.
시장의 대전환기 속에서, '얼마를 벌 것인가'보다 '내 삶과 자산을 어떻게 지킬 것인가'를 고민하는 투자자라면《잃지 않는 투자》를 꼭 '읽어 보는 투자'를 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